우리는 학교 운동장에서 내려선 후 각자 교실로 향했다. 교실 안으로 들어서니 먼저 온 오성이가 나를 보고 곧장 달려왔다.“오, 호진!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어제 일 말야? 이래저래 있었어.”“눈을 뜨니까 현실로 돌아와 있잖아. 그런데 팔계가 내 옆에 있고. 아이들은 마직사와 수호수를 보고도 놀라지도 않아.”“그랬나?”그러고 보니 아침에 있었던 소...
6장알람 소리와 함께 익숙한 아침이 시작되었다. 밤새 지독한 꿈을 꿨다는 점만 빼고는 여느 때와 똑같은 아침이다. 얼마나 심했는지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 내가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서 그곳의 왕 비슷한 존재가 되었는데 그 세상을 없애려고 했다는 얼토당토않은 허황된 꿈이었다.나는 침대에 일어나 앉아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그리곤 깨달았다. 처음엔 눈...
살아 있는 마직사들은 모두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갔고 아브락사스는 달의 지하로 몸을 숨겼다. 마송탑 안은 텅 비었고, 나는 여전히 욕조 안에 죽은 듯 잠겨 있었다.이제 시작이다.나는 이제부터 현실로 돌아간다.내가 맨 처음 우연히 터득했던 그때의 경험을 되살릴 것이다.그래서 무슨 의미가 있냐고?소설어는 마직현실의 지배자이며 왕이다.또한 소설어가 곧 마직현실의 ...
“널 선택하길 잘 했어.”미영이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괜찮겠어? 걸을 수 있어?”“괜찮아. 내게 남은 마지막 사명이 있거든. 주저할 시간이 없어.”“이제 넌 소설희로 있을 필요 없어. 잠에서 깨어났으니.”“알아. 하지만 책임은 완수해야지.”“책임?”미영이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내 주위를 반 바퀴 돌았다. 이제 미영이가 벽 쪽에, 내...
내가 도착한 곳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달나라였다.케이블카는 휘청대고 삐걱거리면서 천천히 달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면서 먼저 수호수들이 도망치듯 빠져나오고 뒤를 이어 얼굴이 파랗게 질린 샐이 달려 나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사랑 선배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나왔다. 문이 닫혔다.잠깐, 너희들 중요한 걸 빼놓았잖냐. 겨우 알아차린 나비가 도로 돌아와...
우리는 단숨에 신안고 옥상으로 향했다. 이때 알게 된 사랑 선배의 수호수는 문어와 닮은 머리를 한 팔다리가 달린 녹색 괴물인데 그 덩치가 3층 건물 정도로 컸다. 사랑 선배는 괴물에게 루루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여주고 새끼 강아지 다루듯 부르거나 말을 건넸다. 아직은 괴물이 가래 끓는 듯한 신음소리 외에 사람의 말을 들려주지 않았지만 다른 수호수를 생각하면 ...
내 질문에 사랑 선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선배를 태운 촉수가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사랑 선배와의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까지 줄었다.“그게 내가 널 도와주는 이유야. 넌 나랑 뭔가 통할 것 같거든. 좀 병신 같지만 멋진 놈인 거 같아서.”“윽, 이왕이면 병신은 좀 빼주시죠.”“둘러댈 생각 마. 너도 마직사를 죽였으니 마직사 킬러인 셈이야...
“어디서 노닥거리다 이제 기어오는 거야? 기다리다 개피 보는 줄 알았잖아.”소녀는 입 안에 음식을 물고 우물거리면서 대답했다. 반쯤 짜증이 섞인 얼굴과 목소리였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약속에 늦은 사람 취급을 받으니 어안이 벙벙했다.나는 샐을 돌아보며 아는 사람이냐고 묻는 표정을 지었다. 샐은 고개를 젓더니 상대에게 다가갔다.“기다리다니, 누굴 기다렸...
5장쇼핑몰 2층과 3층은 옷가게가 늘어서 있는데 대부분 여성용 옷가게다. 옷이 아예 사라진 샐과 싸우는 와중에 찢어지고 불에 타느라 옷이 엉망이 된 나는 이곳에서 함께 새로운 옷을 장만하기로 했다.아직 화가 덜 풀린 샐은 처음엔 근처에도 오지 말라고 했지만 공짜로 마음껏 입을 수 있는 옷들을 보자 기분이 풀렸는지 이런저런 옷을 고르고 입어보면서 가끔 내게도...
거리만 좁히면 내가 이길 수 있는데. 애가 탔지만 녀석의 공격은 재빨라서 좀처럼 틈이 나지 않았다.나는 록맨처럼 팔을 들어서 쏘면서 계속 뛰어다녔다. 거리를 좁히는가 싶으면 오성이 놈이 펄쩍 뛰면서 다시 거리를 벌렸다. 우리는 실내 주차장 안을 거의 한 바퀴 돌면서 총만 쏘아대었다. 이 정도의 약한 공격으론 서로에게 생채기만 낼 뿐 강한 타격을 입히지 못했...
푸랑수아즈는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오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변태 치고는 괜찮은 외모인데 아깝군요. 하지만 착각은 마세요! 결코 잘생겼다거나 마음에 든다거나 하는 의미가 아니니까! 저 안여돼에 비하면 그렇다는 얘기지요. 괜히 이 귀엽고 예쁜 프랑수아즈에게 반해서 헛물켜지 마시라 이거예요! 그나저나 마지막 죽기 전에 좋은 ...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된 낡고 허름한 5층짜리 건물이었다. 벽에는 금이 쫙쫙 가 있는데 페인트를 발라 눈가림만 해놓은 상태였다. 내부에는 엘리베이터도 없고 우편함이며 벽에 전단지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지저분했다. 우리는 아파트 입구에서 다시 돌아 나왔다. 친구네 집도 아니고 놀러가는 것도 아닌데 빈손으로 갈 수 없다며 도미가 말린 것이다.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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